F이야기....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요즘 회사는 신입사원이 화두다.
통합공사가 낳은 첫 자식이라는 의미여서 더 그런 것 같다. 
한달간 일정으로 대전 연수원에서 교육 중인데
선배들로부터 여러가지 실무도 배우는 것 같다. 

내 기억으로 신입사원 시절 교육은 직장 평생 간다.
그만큼 첫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.
그때 만났던 선배들, 교육들, 동료들에 대한 기억은 
두고두고 기억되면서 때론 그립고 때론 상황에 맞게 새김질하는 것이다.

덕분에 F이야기도 잘 팔리고 있다.
나름대로 뜻을 두고 26편까지 만들어온 것인데
동료 강사분들께서 브레이크타임때 혹은 교육과 관련하여
활용하겠다며 거의 10여편 넘게 가져간 것이다.
늘 미완성 그 자체여서 아쉬운 것들인데 
그래도 알아주는게 감사하고 고맙다.

근데 한 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.
영상을 보여주는 일도 좋지만
그 영상을 제작한 사람으로서 그 뒷 이야기들,
스토리에 얽힌 시사점 등을 직접 전해주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것이다.
다름아닌 인문학의 가치를 말이다. 

기존에 존재하는 실무나 업무지식을 전반적으로 미리 배워두는 것도  
꼭 필요한 일이지만 미래가 창창한 신입사원들에게 
도전과 창의, 독서, 사유, 가치 등의 인문학적 소양을
맛볼 기회를 주는 것 또한 실무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다. 






일은...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이 정도면....
그런데 잘 따져보면
거기까지는 상식과 관념이 지배해온 영역이다.
일은 대부분 그 경계를 벗어날 때 일어나는 것이다.
관념의 안주를 거부하고 낮설고 외로운 그 미지의 영역으로
발을 내딛는 것, 그러나 수확은 값지다.
remarkable!
그것은 도전과 모험의 댓가이다.
글 한줄 쓰는 일도 마찬가지인데
난 늘 경계 저 안쪽에서 주저 앉고 만다. 





흔적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
오늘 하루, 나는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. 
일하고 끼니 챙겨 먹고
회의하고 손님 만나고 전화 몇통하고
내일 모레 있을 강의준비,
그리고 두번인가 밖에 바람쐬러 간 것이 전부다. 

최소한 부끄러운 흔적은 남기지 않는 것 같다. 

그러나, 행위뿐만 아니라
마음의 궤적까지 CCTV로 찍어 돌려본다면?

정말 심각한 것은 마음의 굳은 살이다.
웬만한 자극에는 느낌도 통증도 없을 만큼 단단히 굳어버린!









5월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5월이 되면 언젠가부터 눈을 딱 감곤한다.
눈만 감는 것이 아니라 
생각도 그리움도 다 내려놓는다. 
나를 아무것도 아닌 존재로 만들어놔야 
5월을 견딜 수 있으니까.

그러나 5월은 참 더디게 간다.
논두렁길 상여처럼 정말 더디게 간다. 
그런데 다 비워도 남는게 아품이다. 
그 비운 자리 가득히 아픈 것이다. 

눈 꼭 감는다 해서 사라질 아픔 아니듯
5월이 간다 해서 끝날 그리움도 아닐 것이다. 
그냥 눈을 뜬 채 마음 그대로 놔두어야 할 것인가. 

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아픈 5월이다.










창의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創意라는 것은
하늘의 것을 훔쳐와
지상에 가져다 놓는 일이 아닐까. 
創作은 그래서 훔쳐온 장물(藏物)이다.















글과 길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글을 잘쓰든 못쓰든
글을 쓰는 사람에게
글은 길이라는 생각입니다.

한동안 길을 잃었습니다.
길을 잃었으니 당연히 해메었지요.

보잘 것 없이 비좁은 길도 좋고
형편없이 구겨진 길도 좋고 
험하디 험한 먼 길도 좋습니다. 

늘 내 길은 있어야겠다 싶었습니다. 
길, 글이 곧 삶의 생명줄이라는 생각입니다.












봄에게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가지 마시게.
겨울 건너 온 먼 길인데
마주 앉아 차한잔 나누지 못했네.
꽃만 두고 가시는가.
꽃 진 자리에 밥 한그릇 묻어두고 가시는가.
꽃도 밥도 싫네.
꽃은 그리워 아프고
밥은 버리지 못하여 아프네.
그대 아닌 날은 다 타인이네.




천천히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천천히...
그리고 하나 하나...
그러면 되는 거지.
천천히.....
너가 좋아하는 말, 안단테, 안단테.....
다 괜찮아질거야.




벗꽃을 보며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
누구든, 평생 그렇게 살라는 법은 없어.
한 때는 작은 실개울이나 박박 기어야 하는 팔자에서
거대한 江의 부족이 되어 
뒷짐 지고 흘러도 푸르기만한 팔자가 되기도 해. 

그 반대도 있을 거야. 
江 줄기 놓쳐버리고 시궁창 오물로 추락한 팔자 말야.

빨강머리 앤에 이런 대사가  나오지.
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.
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지네요.
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는걸요?....

4월은 반전 그 자체야.
아마 12월 바람이 4월에 들르게 되면 놀라자빠질 일이지.
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것 아니겠어?

벗꽃
저 언어들....
저 고백들....
춥고 어둡던 긴 무덤속 뼈에서 솟는 저 생명들!
꽃을 피워 천리 만리를 갈 줄 아는 나무라니...

오며가며 가는 봄을 맞고
또 그렇게 보낼 봄,

그 많은 봄이 오고 가는 동안에도 
꽃 한번 피워내지 못한 나, 
지금 이 자리에서 내가 아픈 까닭이네.


컵을 찾다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컵을 찾았다.
광명 사업단에 근무할 때 
근처 지하 생활용품점에서 구입한 것인데 
한동안 눈에 보이지 않아 아주 잃어버렸나 싶었다. 

있을 만한 곳,
그러니까 평소 동선을 감안하여 
여기 저기 다 찾아도 보았고
그러면서 내 컵 본 사람?
컵 찾아주면 분명 큰 상이 있을 것 같은데.....어쩌고 저쩌고 하면서 
후배 직원들에게 광고까지 했는데도 
끝내 나타나지 않던 컵이었다. 

그런데 오늘, 그 컵이 눈에 띈 것이다.
내 자리에서 한참이나 떨어진
그것도 평소 동선범위에 들지 않는 전혀 생소한 자리에서 말이다. 

손길이 닿지 않는, 버려진 존재가 그렇듯이 
컵은 초라한 모습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. 
바닥에 말라붙은 커피 자국, 뒤집어 쓴 먼지.....

아니, 네가 왜 이곳에....하면서 바라본 컵은
아무도 들르지 않아 아예 말라버린 우물터같았다. 

한때는 茶의 향기를 은은히 올리며 
내 입에 닿을 때마다 은색 빛깔을 뽐내던 컵이 아니었다. 
나는 컵을 깨끗이 깨끗이 씻었다. 
그리고 뜨거운 물을 붓고 국화잎을 띄웠다. 

오랜 시간 먼지 수북한 빈 집을 깨끗이 정리하고서  
개운한 마음으로 눈을 감고 바흐의 곡을 듣는 심정?

그런데 말이다, 도데체 컵은 왜 그곳에 있었을까. 
나는 기억하지도 못하는 어떤 순간에
컵은 주인을 잃어야 했다니....











원래 하나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
섬은 없습니다.
물이 있을 뿐입니다.

타인도 없습니다.
시간이 흘렀을 뿐입니다.

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옷만 옷이 아니지요. 
지금의 상황도 내가 걸친 옷입니다. 

그만 벗고 싶은 옷들 참 많지요. 
너덜너덜해지고
구차해지고
더없이 초라해진 옷...

가장 서러운 옷은 
가린다고 입었는데 
나를 다 덮어버리는 무덤같은 옷입니다. 

옷 중에
가장 질긴 질감의 옷은 사람입니다. 
사람은 종종
평생 걸쳐야 하는 운명같은 옷입니다. 

나는 누군가에게 어떤 옷이냐고 묻습니다만
아무래도 벗겨진 옷 같습니다. 

누런 벽 대못에 걸려 
창 밖의 봄을 멍하니 바라보는 낡은 외투같은..... 





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
요즘 제 화두는 별입니다. 
오늘 낮에도 모처럼 찾아온 집사님께 별 이야길 했습니다.
사실 별은 이웃이지요. 
허공을 건너야 닿는 이웃 마을....

밤이면 늘 불이 켜지는 이웃마을,
종종 묻고 싶어집니다. '계세요?'
그러면 달려나올 것 같았습니다. 
그곳에 사는 아주 오래된 원주민 한분.....

중딩시절, 광년의 개념을 처음 배웠습니다. 
'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가 광년이란다.......
 그런데 수백만 광년이나 되는 거리에 존재하는 별들도 많단다.....'

그때나 지금이나 
별 이야기는 저에게 동화입니다. 
그 동화속 별들에게 실제로 물은 적이 있습니다. 계시느냐고....
대답이 있을리 없지요.
그저 깜박깜박거릴 뿐.....

그런데 말입니다, 
별이 대답한 것은 아닐까요. 
지금 그 대답이 오는 중은 아닐까요.
그렇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. 
혹여 말입니다, 내가 먼저 별이 되어 있다면 
그 대답은 수취인 불명으로 다시 반송되는 것은 아닐까요. 






곰국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아내가 곰국을 끓이는 중입니다.
큼지막한 솥 뚜겅이 밤새 들썩들썩 거립니다. 
매번 실패하지만 끊임없이 시도하는 저 탈출.....
펄펄 끓는 솥단지 안에 
황소 한마리 아직 살아있습니다.
거친 뿔로 사방을 들이받으며 저렇게 살아있습니다. 









마디 * 일기 혹은, 생각보따리

마디의 부근은 아프다. 
그 아픈 자리가 바로 다시 시작하는 자리다. 
마디는 단단하다. 
아파서 단단해진 것들만이 삶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.





 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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